비언어 커뮤니케이션
2547호 | 2015년 4월 20일 발행
무사하려면 손을 조심하라
김우룡과 김해영이 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무사하려면 너의 손을 조심하라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든다.
오케이?
프랑스에서는 말짱 꽝이라는 표시고
브라질에서는 성을 뜻하는 쌍욕이다.
서아프리카에 가서 손바닥을 펴 내밀지 말라.
너는 아비가 다섯 되는 놈이라는 말, 욕이다.
“몸짓은 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는 생물학적인 의미를 뛰어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복잡한 맥락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짓의 의미도 종종 문화적인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몸짓’,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3쪽.
몸짓에 무슨 맥락이 담겼다는 말인가?
1993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호주를 국빈 방문했다. 리무진 뒷좌석에서 두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를 표시했다.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게 왜 실수인가?
부적절한 제스처다. 손등을 앞으로 내보인 브이는 영국과 호주에서는 굉장한 욕이다.
브이 표시가 왜 욕인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군은 영국군을 생포하면 활을 쏠 수 없도록 검지와 중지를 잘랐다. 그때부터 브이 표시는 영국군에 대한 모욕을 상징하게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일반화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호주 국민을 욕한 셈인가?
그렇다. 다음날 호주 신문들은 “호주 국민을 모욕한 대통령”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례는 무엇을 가리키나?
같은 몸짓이라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나 평소 습관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문화 집단에 따라 몸짓의 의미는 상이해진다.
문화권에 따라 몸짓의 의미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지는가?
가장 일반적인 몸짓, 인사를 보라.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정중한 태도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허리를 굽히는 인사가 다르게 읽히기도 한다.
서구에서 허리를 굽히면 어떤 의미인가?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태도로 인식된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손에 힘을 주어 악수하는 것을 보다 정중한 인사로 본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나라에선 결례에 해당될 수 있다.
눈을 보고 악수하는 것이 결례인 나라가 있는가?
일본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결례다. 중동 지역에서도 강한 힘을 주어 악수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다.
이런 위험천만한 사례가 또 있나?
검지와 엄지를 붙여 만드는 ‘오케이’ 표시도 조심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좋다’, ‘괜찮다’를 의미한다. 보통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오케이 표시에 또 다른 뜻이 있는가?
프랑스에서는 ‘아무것도 없음’, ‘무가치함’, ‘형편없다’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브라질에서는 성적인 욕에 해당한다. 이들 나라에서 오케이를 남발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낭패를 피하는 방법은?
모욕의 의도로 사용되는 몸짓들에 주의해야 한다. 주먹 사이로 중지를 내미는 ‘핑거(the finger)’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나라별로 모욕적인 몸짓을 알아 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모욕 몸짓은 어떤 것이 있나?
그리스의 ‘모우차(moutza)’다. 손바닥을 내밀어 상대방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는 몸짓이다. 과거 전쟁 포로에게 오물을 던지는 행위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아프리카에서는 이 동작이 ‘아비가 다섯이나 되는 놈’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 책,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몸짓을 비롯해 눈짓, 접촉, 옷, 냄새, 색깔, 화장처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요소들의 개념과 기능을 정리했다. 의사소통에서 실수를 줄이고 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언어 외의 상징체계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해영이다. 용인송담대학교 방송영화제작과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