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09년에 예쓰는 과거 약 10년간에 걸쳐서 쓴 그의 단편소설 12편을 묶어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後殖民食物與愛情)≫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 단편소설집은 그의 다양한 작업 중에서도 포스트식민 시대의 홍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그만의 독자적인 시각이나 감각, 독특한 발상이나 표현이 잘 어우러져 있고, 또 그 바탕에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홍콩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그의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의도적으로 다양하고 다채로운 음식들을 제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에 따르면 이는 밴쿠버의 한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 문화에 대해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딱딱한 학술 이론이 아닌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그 무엇인가로 홍콩 문화를 설명하고자 했고, 이에 대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늘 접하게 되는 음식에 주목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음식은 일상에서 늘 접하는 구체적인 것이자 맛과 빛깔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기억을 이어 주고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므로, 음식을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고 구체적으로 홍콩과 홍콩인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후일 이 아이디어를 소설 등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그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이 번역본에는 예쓰의 작품 중에서 6편의 단편소설과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의 후기인 <원툰민과 분자 요리> 등 총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소설을 포함해서 그의 소설에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지리와 건물, 거리와 골목, 대형 음식점과 조그만 식당, 거창한 요리와 간단한 음식, 문학작품과 텔레비전 드라마, 영화와 다큐멘터리, 학술 이론과 시정 잡담 등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대표작인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은 아예 포스트식민이라는 학술 용어와 일상적인 음식 및 남녀 간의 사랑을 결합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방식은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떻게 하면 딱딱한 학술 이론이 아닌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그 무엇인가로 홍콩을 보여 줄 것인가 하는 고려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그간 국내에 홍콩 문학은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홍콩 문학의 동향과 성취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작가로 평가되는 예쓰의 소설을 출간했다. 이 번역본에는 6편의 단편소설과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의 후기인 ‘원툰민과 분자 요리’ 등 총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예쓰의 작품은 포스트식민 시대의 홍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며, 그만의 독자적인 시각이나 감각, 독특한 발상이나 표현이 잘 어우러져 있고, 또 그 바탕에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홍콩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그의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
지은이
예쓰(也斯)는 1948년 중국 광둥성(廣東省) 신후이(新會)에서 태어나서 그 이듬해인 1949년에 부모님을 따라 홍콩으로 이주했고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비록 출생지는 중국 대륙이지만 홍콩에서 성장하고, 홍콩에서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이 홍콩에서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홍콩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예쓰는 홍콩뱁티스트칼리지 영문과를 졸업한 후 1970년에서 1978년 사이에 언론사에서 일했다. 1978년 여름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에 유학해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1984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에 돌아온 후 홍콩대학의 영어학과와 비교문학과에서 재직했으며, 지금은 홍콩의 링난대학(嶺南大學)에서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본명은 룡빙콴(梁秉鈞)이다. 예쓰라는 필명은 중국 고문에서 자주 쓰이는 문법적 기능만 가진 두 개의 허사 ‘예(也)’와 ‘쓰(斯)’로 되어 있는데, 그에 따르면 필명에 대한 독자의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이 두 개의 허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독자라면 금세 ‘yes’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될 것이며, 사실 그의 인품과 작품 역시 상당히 낙관적·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잘 어울리는 필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쓰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폐암으로 투병 직전까지 거의 매년 한국의 학술 대회나 문화 행사에 초청되었으며, 한국의 많은 학자, 문학가, 문화인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부분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물론 옮긴이들과도 아주 오랜 시간 꾸준히 인연을 이어 왔는데, 그를 아는 한국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는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며, 다양한 음식을 좋아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많으며, 그의 작품을 읽어 보면 그의 소탈한 성격, 은근한 유머, 따스한 품성이 저절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예쓰 자신이 바로 그의 소설이고, 그의 소설이 곧 예쓰 자신인 것이다.
옮긴이
김혜준은 고려대학교 중문과에서 중국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중국 현대문학의 ‘민족 형식 논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동안 홍콩 중문대학, 중국 사회과학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등에서 연구생 또는 방문 학자 신분으로 연구를 했다. 구체적 학문 분야로는 중국 현대문학사, 중국 신시기 산문, 중국 현대 페미니즘 문학, 홍콩 문학, 화인 화문 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중국 현대문학 발전사≫(1991), ≪중국 당대문학사≫(1994), ≪중국 현대산문사≫(1993), ≪중국 현대산문론 1949∼1996≫(2000), ≪중국의 여성주의 문학비평≫(2005) 등 관련 이론서를 번역하기도 하고, ≪하늘가 바다끝≫(2002), ≪쿤룬산에 달이 높거든≫(2002), ≪사람을 찾습니다≫(2006), ≪나의 도시≫(2011) 등 수필 작품과 소설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저서로 ≪중국 현대문학의 ‘민족 형식 논쟁’≫(2000)이 있고, 논문으로 <화인 화문 문학(華人華文文學) 연구를 위한 시론>(2011) 외 수십 편이 있다. 개인 홈페이지 ‘김혜준의 중국 현대문학(http://home. pusan.ac.kr/∼dodami/)’을 운영하면서, <한글판 중국 현대문학 작품 목록>(2010), <한국의 중국 현대문학 학위 논문 및 이론서 목록>(2010) 등 중국 현대문학 관련 자료 발굴과 소개에도 힘을 쏟아 왔다. 근래에는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http://cccs.pusan.ac.kr/)을 중심으로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하는 데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번역 역시 그 결과물 중의 하나다.
송주란은 경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也斯 산문의 홍콩성 연구-1970~8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학 중이며, 논문으로는<通過 “後殖民食物與愛情” 看對香港的想象和現在的香港>(2011) 등이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홍콩 문학과 홍콩 문화로, 특히 1997년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변화된 홍콩 사회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홍콩 사회 및 그 문학과 문화가 전지구화와 지역화, 포스트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 및 재민족주의, 후기자본주의와 디아스포라 등의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에는 동료 청년 연구자들과 함께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에서 홍콩 문학, 타이완 문학, 화인 화문 문학에 대한 연구와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차례
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後殖民食物與愛情)
교토에서 길 찾기(尋路在京都)
서편 건물의 유령(西廂魅影)
튠문의 에밀리(愛美麗在屯門)
밴쿠버의 사삿집 요리(溫哥華的私房菜)
딤섬 일주(點心回環轉)
원툰민과 분자 요리(雲呑麵與分子美食)-≪포스트식민 음식과 사랑≫ 후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년에 딸아이 졸업식에 참석했던 것이 또 떠올랐다. 그는 사내애와 계집애들이 하나씩 단상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단상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 개개인에게 일일이 격려의 말을 해 주었다. 딸은 상도 받았고 악대에 참가해서 공연도 했다. 졸업식이 끝나자 선생님들은 걔들과 강당에서 밤새도록 놀았고 선물도 주었는데 학생들 각자에게 알맞은 각기 다른 책이었다. 선생님들은 어쨌든 사려가 깊고, 학생들은 그런 사려 깊은 보살핌 아래에서 성장했음을 볼 수 있었다. 당시 그는 딸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고 그도 즐거워졌다. 그는 한 번도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일하러 나섰고, 모든 것을 독학했다. 인정세태는 알게 되었지만 많은 것들이 아쉬웠다. 그의 결혼은 실패였다. 보우췬은 아주 고집스러웠고, 서로 잘 지내기가 힘들었다. 다만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방법이 있었고, 그에게는 그의 방법이 있을 뿐이었다.
-<밴쿠버의 사삿집 요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