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과 열린 인터넷의 운명
잭 스티글러(Zack Stiegler)가 엮고 배진한이 옮긴 <<망 중립성과 열린 인터넷의 운명(Regulating the Web: Network Neutrality and the Fate of the Open Internet)>>
자본과 공공의 일대 격전
자본 없이 노동 없고, 노동 없이 이윤 없다. 자본은 쏠리고 노동은 퍼진다. 헤어지면 자살이지만 만나면 싸운다. 인터넷에서 격전이 시작됐다. 망은 중립인가? 그러면 누가 보호하는가? 주인 없는 자연물은 파괴된다.
망 중립성이란 무엇인가?
콜롬비아대학교 로스쿨의 팀 우 교수가 만든 용어다.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단말기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이 개념에서 처리의 주체와 대상은 누구인가?
동등하게 처리할 주체는 네트워크 사업자 또는 인터넷접속서비스제공 사업자다. 동등한 대우의 대상은 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 사업자, 기기판매업자 등 인터넷을 매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유형의 사업자다.
‘동등한 대우’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특정 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에 대한 차단과 차별대우 금지다. 인터넷에서 이용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네트워크의 통제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신념체계다.
최근 망 중립성 논쟁이 거세진 이유는 무엇인가?
네트워크와 콘텐츠 사업자는 상호 보완 관계였다. 인터넷 확산과 고도화는 콘텐츠 사업자의 성장 배경이었고 혁신적 서비스는 인터넷 가입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입자 포화 상태로 통신 시장이 정체된 지금은 다르다. 갈등 관계다.
어느 쪽의 부담이 더 큰가?
네트워크다. 모바일인터넷전화와 스마트텔레비전으로 콘텐츠 사업자는 네트워크에 대해 경쟁력을 높인다. 또 신규 서비스가 유발하는 트래픽 증가 때문에 망투자 부담이 점점 더 커진다.
논쟁의 이슈가 무엇인가?
트래픽 관리에서 네트워크 사업자의 의무 또는 관리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망 중립성을 보존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규제 찬성자의 논리는 무엇인가?
혁신과 이용자 복지 관점에서 네트워크 사업자의 중립적 트래픽 처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을 언론 미디어로 보고 중립적 인터넷을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한 필수 전제로 생각한다.
망 중립성이 표현의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인터넷은 우리 삶의 일부다. 인터넷으로 표현하고 세상을 인식하며 태도와 의견을 형성한다.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심층패킷분석 기법 동원은 많은 문제를 낳을 것이다.
심층패킷분석 기술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 전송되는 패킷의 서비스 유형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네트워크가 볼 수 있는 기술이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라는 미명 아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는 새로운 형태의 검열이다. 시민사회 진영의 반발도 여기서 나온다.
컴캐스트와 비트토렌트의 다툼을 야기한 것이 바로 이 기술인가?
그렇다. 미국의 거대 통신사업자 컴캐스트가 비트토렌트라는 피투피 서비스 이용자의 전송속도를 의도적으로 저하시켰다. 임의적인 네트워크 관리행위다. 컴캐스트는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소되었다. 불법 패킷 분석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 사용 내용을 컴캐스트가 불법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이 제소 측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기관의 통신 감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망 중립성 규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규제를 시장 성장과 혁신의 걸림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망은 기업의 사적 재산이고 망 투자비용 회수와 이윤 추구가 억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업자에게 트래픽 폭증에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관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최선형 인터넷과 함께 품질보장형 관리형 서비스도 대폭 허용되어야 인터넷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선형 인터넷으로부터 품질보장형 또는 관리형으로 바꾸겠다는 주장인가?
최선형 인터넷이란 선입선출 방식으로 모든 트래픽에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 기존 처리 방식을 말한다. 품질보장형 혹은 관리형 서비스란 전송속도와 품질에 크게 영향받는 음성전화나 동영상 서비스가 일정 품질을 유지하도록 처리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통신사업자가 운영하는 아이피티브이(IPTV)에 이 방식을 적용한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이 방식의 확대를 주장한다.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네트워크를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 왔는가?
트래픽 급증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설비투자 확대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경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기술적 관리는 혼잡을 유발하는 트래픽을 기술로 제어하여 네트워크 안정성을 유지한다. 경제적 관리는 소매요금제로 이용자의 무절제한 인터넷 이용을 제어한다. 각국 통신사업자는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한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망 사용과 관련해 보상을 요구하는 대상자는?
인터넷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대형 포털, 플랫폼 사업자,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네트워크 투자비용 분담을 요구한다.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사업자가 지금보다 더 많은 인터넷 접속비용을 지불하거나, 시장 메커니즘 외의 방식으로 네트워크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안과 밖의 모든 방법을 동원한 듯 보이는 이 주장은 정당한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 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모든 플레이어의 네트워크 고도화 비용 분담을 통해 트래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장에 신뢰성을 가지려면 트래픽 발생량과 네트워크 부하에 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들이 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의 트래픽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네트워크 사업자가 지목하는 ‘문제의 서비스’는 무엇인가?
네트워크와 경쟁하는 서비스다. 네트워크의 주력 서비스는 음성전화와 아이피티브이다. 그들과 경쟁하는 모바일인터넷전화와 스마트티브이 서비스를 문제 삼는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보이스톡과 삼성 스마트티브이에 대해 통신사업자가 보이는 입장이 전형적 사례다.
망 중립성 논쟁은 미디어 생태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 현상인가?
방송 통신의 융·복합화와 모든 기기의 인터넷 연결화 현실에서 미디어생태계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모든 미디어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콘텐츠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다. 신문, 방송같은 전통 미디어 업계는 물론 통신회사, 기기 생산업체의 향후 시장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과 미디어 다양성, 그리고 미디어 개혁은 어떤 관계선상에 있는가?
거대 미디어로 변신한 통신사업자가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깊이 개입, 통제할 것이다. 미디어 다양성이라는 공공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미디어 개혁 진영에서 망 중립성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망 중립성 논쟁에서 한국의 사정은 어떤가?
망 중립성 규제를 반대하는 측은 거대 통신사 위주라는 점에서 소수다. 하지만 통신사업자의 엄청난 자금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향후 망 중립성 논쟁의 이슈는 무엇인가?
네트워크 사업자의 트래픽 관리 인정 범위,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의 투명한 공개, 최선형 인터넷 이외의 새로운 관리형 서비스의 도입, 국내 망 사업자와 미국 중심의 플랫폼 사업자 간의 갈등이 논의될 것이다.
망 중립성 논의가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인터넷 생태계의 보존과 진화를 위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인터넷 사업자의 자유로운 진입을 위한 개방성 확대, 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한 이용자 복지 증진,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적인 진화를 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용자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망 중립성 원칙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무엇을 다루나?
망 중립성에 대한 개괄적 지식뿐만 아니라 담론의 연원과 전개 과정, 사회문화적 파장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이다. 표현의 자유, 미디어 개혁을 위해 대중이 어떤 관심과 역할이 필요한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배진한이다.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