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5. 영화
2643호 | 2015년 6월 19일 발행
한국전쟁과 미디어 생활 5/10 영화
일루전, 전쟁은 영화처럼
아들은 전장으로 가고 아비는 무덤으로 갔다.
나라는 목숨을 건졌지만 병사는 돌아오지 못했다.
전쟁의 참화가 깊어질수록 감정의 반응은 무뎌지고 눈 앞의 삶은 환상처럼 왔다 사라진다.
전쟁은 영화다.
환상 같은 현실, 현실 같은 환상이다.
<오인의 해병>은 한국전쟁 당시 최전선 해병전초 소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다섯 인물이 사선에서 전우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각 대원의 사연을 플래시백 기법을 이용해 자세히 묘사하여 전쟁에 휩쓸린 인간 군상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서, 자신과 갈등하던 아들이 작전 수행 중 전사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을 본 대대장의 마지막 연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국방부 정훈국, 공보처, 미 USIS를 통해 전쟁 관련 뉴스영화와 기록영화가 다수 제작됐다. 공보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정의의 진격> 1부(1951)와 2부(1953)는 이승만의 평양광장 연설 장면, 북한군이 촬영한 노획 필름 장면과 같이 한국전쟁 과정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어 그 |
역사적 가치가 크다. 한편 극영화들은 한국전쟁의 경험을 어떻게 재현하여 ‘기억해야 할 과거’로 서사화할 것인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1950년대 후반에 들어 전후 복구가 진행되고 한국 영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전쟁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제작도 일시적으로 주춤한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 <오인의 해병>과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이만희)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민족적, 휴머니즘적 역사로 포섭하는 반공영화 장르의 토대가 성립한다.
김미현,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사업부 팀장, <<한국 영화 역사>>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