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박성배는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을 바탕에 두고 환상성을 중시하면서 현실에 뿌리를 둔 판타지 동화 창작에 전념한 작가”(박상재)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이번 선집에서도 그 중심 모티프를 견지하면서 크게 세 가지 모티프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상재한다. 즉 우정의 확인, 장애에 대한 편견 극복, 환상성의 차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핵심 모티프를 가로지르는 열쇠어는 우정과 사랑이다. 그것은 기독교적 박애 정신을 외화하는 데에 작가가 정성을 쏟고 있음을 보여 준다.
친구들과의 우정 확인은 친구에 대한 거부감이나 오해를 해소하거나 극복하면서 관계를 복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어린이는 친구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함양한다. 친구와 소통이 단절되는 것은 관계의 왜곡을 가져와 관계 불능의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친구들과의 집단적 어울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핵심적 기제로 작동한다.
신체적 불구는 박성배 소설의 두 번째 키워드에 해당하다. 신체적 불구는 단순히 장애인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 인간을 이해하도록 이끄는 장치에 해당한다. 신체적 장애는 편견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는 신체적 차이에 불과할 뿐 인간 존재의 차별적 표지로 기능할 수 없는 현상임을 작가는 주목한다. 특히 ‘벙어리 모티프’는 박성배 동화에서 중요한 핵심 키워드에 해당한다. ‘언어 장애’를 대변하는 ‘벙어리 모티프’는 심리적 장애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언어학과 심리학의 결론을 서사적으로 묘파한 소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환상성은 동화적 요소의 핵심이며, 우연성과 허구성을 그 핵심 특성으로 내포한다. 현실의 문제를 알레고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환상은 동원되는 것이다. 현실이 결핍이나 과잉의 형태로 존재하며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 환상은 작동한다. 환상은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숙주로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는 상상적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환상을 통과해야 비로소 현실이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현실 내부의 시선에 갇힌 촉수로는 현실의 모순을 직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상을 통과한 현실이어야 진정한 현실성을 담지한다.
박성배의 동화 문학은 우정의 회복, 장애의 극복, 환상성의 기입 등의 핵심 요소를 텍스트에 기입하면서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동화 문학은 당연히 어린이의 시선이 강조되지만, 어린이를 둘러싼 전범적 존재로서의 어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어린이의 기대 수준과 기대 지평을 높여 주면서 올바른 삶의 방향을 계도하는 존재로 기능한다. 박성배의 동화에도 그러한 계도성의 강조가 하나의 대표적 특징이다. 그리하여 아빠나 선생님처럼 기성세대가 후세대에게 모범적인 가르침을 전파하는 이야기가 다루어진다.
200자평
박성배는 “기독교적 사랑의 정신을 바탕에 두고 환상성을 중시하면서 현실에 뿌리를 둔 판타지 동화 창작에 전념한 작가”(박상재)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 중심 모티프를 견지하면서 우정의 확인, 장애에 대한 편견 극복, 환상성의 차용에 중점을 둔 작품들을 상재한다. 수록작은 <노란 종이배>를 포함한 12편의 단편이다.
지은이
박성배는 1946년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났다. 1968년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1969년 월간지 ≪횃불≫ 11월호에 동화 <마귀를 이긴 선희>가 박홍근에 의해 추천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75년 서울시 교원문예작품 모집에 동화로 최우수상, 1976년에는 소설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197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선아만의 비밀>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동화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1986년 <천사의 눈>으로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수상한 이래로, 1988년 ≪꿈꾸는 아이≫로 대한민국문학상 우수상, 1994년 <사랑의 빵>으로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새싹한테서 온 전화≫(1981), ≪달밤에 탄 스케이트≫(1983), ≪천사의 눈≫(1985), ≪꿈꾸는 아이≫(1988), ≪쫓겨 간 꼬마 도깨비≫(1988), ≪부러운 연애편지≫(1993), ≪천사를 만난 바람≫(1993), ≪나팔꽃의 사랑≫(1995), ≪초록색 초대장≫(1997), ≪말괄량이와 개구쟁이≫(1997), ≪눈 오는 날의 시≫(2003), ≪벽 속에 갇힌 아이≫(2002), ≪왕따 문숙이≫(2006), ≪행복한 비밀 하나≫(2012) 등의 수많은 작품집이 있다.
해설자
오태호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8년 <황석영의 ≪장길산≫ 연구>로 석사 학위 논문을 썼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2000년부터는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비롯한 교양과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되었다. 2004년에는 <황석영 소설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고, 2005년에는 소설 평론들을 모아 ≪오래된 서사≫를, 2008년에는 시 평론들을 모아 ≪여백의 시학≫을, 2012년에는 소설 평론집 ≪환상통을 앓다≫를 출간하는 등 세 권의 평론집을 상재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현재 글쓰기 등을 강의하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노란 종이배
어느 작은 별의 내 친구
아빠의 환한 웃음
만화경 속의 새해
왕귀뚜라미 코라의 노래
왕따 문숙이
벽 속에 갇힌 아이
아름다운 상상
안 그럴게
아빠의 게임
핸드폰
눈 오는 날의 시
해설
박성배는
오태호는
책속으로
1.
‘사람들은 불꽃을 마음대로 다루게 되면서 신처럼 못 하는 것이 없게 되었단다. 하지만 그 불꽃 때문에 자기들이 사는 지구가 죽어 가고 있지. 네가 신들이 산다고 믿고 있는 지구는 지금 죽어 가는 중이야. 넌 그런 불꽃을 가져서는 안 돼.’
난 내 친구에게 할 말을 연습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내 친구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 같았습니다.
여러분, 밤하늘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수많은 별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걱정스러운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어느 작은 별의 내 친구> 중에서
2.
우린 참억새처럼
함께 살 수 있고
시냇물처럼
어깨동무할 수도 있지.
바람처럼
즐겁게 몰려다닐 수도 있어.
그 소리는 은은한 피리 소리 같았습니다. 정겨움과 감사가 넘치는 소리였습니다. 누가 들어도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서로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왕귀뚜라미 코라의 노래> 중에서
3.
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차를 타려던 혜영이는 문득 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손을 흔들고 있는 문숙이를 보았습니다.
“아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차에 앉았던 혜영이는 토끼 인형을 들고 내렸습니다.
“뭘 하려고 그러니?”
어머니께서 물었지만 혜영이는 대답도 않고 문숙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문숙아, 잠잘 때 이 인형 안고 자면 엄마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비싼 인형을 나 줘도 되니?”
“난 엄마가 곁에 계시잖아.”
혜영이는 눈을 찡긋해 보였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문숙이는 토실이를 껴안고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참, 이 토끼 이름은 토실이야.”
“이름 바꿔도 되니?”
“어떻게?”
“혜영이!”
“고마워!”
혜영이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눈 오는 날의 시> 중에서